해고 수용을 거부한 직원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송한 회사 대표이사가 무죄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제 폭언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더라도 상대방과의 관계나 전송 경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포항 소재 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는 2021년 2월1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30분쯤까지 회사 직원 30대 B씨에게 9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작은아버지 소개로 2020년 12월부터 A씨 회사에서 일했고, A씨와 한 숙소에서 생활했다. A씨는 2월1일 밤 10시쯤 숙소로 찾아가 B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B씨가 해고 사유를 묻자 말싸움을 하며 “오늘 같이 있으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후 B씨는 숙소에서 외출했다.

A씨는 오후 11시 ‘내일 회사 근처에 얼쩡거리지 마라’는 메시지 전송을 시작으로 다음날 오전 2시쯤까지 ‘반드시 혹독한 대가 치른다’ ‘조용히 나가라’ ‘뒤진다 내손에 전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오전에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자꾸 나를 이기려고 그래. 아이 X할 X끼. 진짜 쓰레기 같은 새끼’ 등의 말을 했다. A씨는 2월9일 자신의 회사 출입을 저지하던 B씨의 가슴과 목 중간 부분을 홧김에 뒤로 세게 밀쳐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폭행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은 누구든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등을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도달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A씨는 폭행을 행한 사실이 없고, 만약 그랬더라도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CCTV(폐쇄회로TV) 등에 폭행 증거가 존재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법리 오해 등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2심(원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발언, 메시지 전송 경위에 주목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유죄라는 판결을 깼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는 평소 B씨가 자주 게임을 하는 등 불성실한 점, 그가 어른들 앞에서 함부로 담배를 피우는 등 예의가 없는 점 등에 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전날인) 1월31일 일요일, 전 직원이 출근한 상황임에도 B씨는 회사 소유 렌트카를 이용해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고 왔다”며 “A씨는 이 일을 직접적인 계기로 B씨를 해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어 “통화의 전체적인 취지는 A씨가 B씨를 타이르면서 해고 수용과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며 “범죄 일람표의 (폭언) 내용은 그 중 A씨에게 불리하게 보이는 극히 일부의 표현만 추출한 것이고 그마저도 B씨가 해고 통지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하자 A씨가 순간적으로 격분해 과격한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송한 메시지는 시간 간격을 따져보면 전체적으로 3건으로 약 3시간 동안 3건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일련의 반복적 전송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는 피고인과 상대방의 관계, 문언을 보낸 경위,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폭행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 부분과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원심 판결을 모두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