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 토지 평당 2억5000만원의 초고가 거래가 등장하자 성동구가 성수동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추진에 나섰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평당 1억원이 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성수동 연무장길 땅값이 최근 1억5000만원, 2억원을 연달아 돌파한 이후 급기야 2억5000만원에 매매되는 사례가 나왔다”며 “이는 굉장히 투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이런 흐름은 이 일대 땅값과 임대료 급등을 불러오고, 장기적으로 성수동의 미래에도 부정적”이라며 “성수동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충분히 협의하고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땅값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한다. 국토부장관이나 서울특별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허가 없이는 구역 내 토지를 거래할 수 없다.

정 구청장이 언급한 내용은 아모레퍼시픽의 거래 사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성수동 연무장길에 있는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대지면적 419㎡, 연면적 711㎡) 건물을 317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토지 평(3.3㎡)당 매입가 2억5000만원이다.

성수동 연무장길은 성수동에서도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이전까지는 토지 평당 2억원이 넘는 거래는 드물었다. 특히 이 골목 땅값은 2016년 평당 4000만원 선이어서 7년 새 6배나 오른 것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평당 1억원에 못 미쳤다.

정 구청장이 우려하는 것은 대기업의 경쟁적인 진출로 성수동이 신사동 가로수길 등과 같은 전철을 밟아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을 겪는 것이다.

성수동은 2014년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되고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성동구는 2015년부터 서울숲길과 상원길 일대에서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을 펼쳐 지금의 성수동을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정 구청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고 임대인들을 설득해 임대료 안정을 위한 협약을 맺고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입점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역 땅값이 계속 오르고 상권이 발달하자 성수역과 연무장길을 비롯한 성수동 전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보였고, 성동구는 지난 2월에 기존 정책을 업그레이드시킨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2.0’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동구 자체 실태조사 결과, 임대료 편법 인상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되자 지난 8월에는 성수동 일대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서울숲길과 상원길 일대에만 지정했던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성수동 전역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다음 달 초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지방정부협의회 주관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3법 개정 촉구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내년에는 성수준공업 지구단위계획과 연계한 지속가능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이날 임시 공연장과 주차장으로 바뀐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와 스마트 흡연 부스, 언더스탠드에비뉴 등을 기자들과 함께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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