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와 B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 A씨 제공=연합뉴스

“이게 뭔가 싶죠. 롤렉스 2개 값을 계좌이체 하라던 관련사 직원이 돈만 받고 튀었어요.”

스위스산 명품 시계, 롤렉스를 손목에 감을 생각에 들떠있던 A(38·전북 전주)씨의 마음은 도무지 받지 않는 전화에 차게 식었다.

‘오픈런'(영업 시작 전부터 줄 서서 대기하는 것)으로도 구입하기 어려운 롤렉스 모델을 구해주겠다던 롤렉스관련사 직원이 돈만 챙겨 잠적한 것이다.

그간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시작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롤렉스 시계를 구매하려던 A씨는 지인들에게 제품을 정가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했다.

재판매 가격이 정가의 2배에 육박하던 ‘롤렉스 대란’은 최근 주춤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웃돈이 붙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homas Ljungdahl-shutterstock.com

A씨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롤렉스 관련 시계 매장에 근무한다는 B씨를 건너 건너 소개받았다.

B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시계 매장과 롤렉스가 연결돼 있어 7월 중순이나 말쯤 약간 저렴한 가격에 시계를 구할 수 있다’고 했던 게 A씨의 주장이다.

웃돈이 붙지 않는 데다 할인이라는 말에 혹한 A씨는 시계 1개 값, 1300여만 원을 이체했다.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라 선뜻 큰돈을 보냈다.

시계를 받기로 한 7월, B씨는 대뜸 A씨에게 연락해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같은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롤렉스 시계를 구한 뒤 되팔다가 걸렸다는 게 B씨의 설명이었다.

A씨는 7월 14일 바로 돈을 환불받았다.

돈을 돌려받아 B씨에 대한 신용이 쌓인 A씨는 ‘정가 롤렉스’에 미련이 남아 9월에 다시 B씨에게 연락했다.

B씨는 ’11월쯤 시계가 들어온다’고 하더니 예약을 요구했다. 이번에는 직원 할인가였다.

A씨는 1200여만 원을 이체했고 B씨는 11월 14일을 시계 수령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며칠이 지났을까. A씨는 ‘시계 몇 개가 더 들어온다. 추가 구매 의사가 있느냐’고 묻는 B씨의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이왕 사는 김에 아내 몫까지 구입하기로 했다.

다만, 아내의 시계 값은 B씨가 근무하는 매장에 직접 방문한 뒤 이체하기로 했다.


전주덕진경찰서 / 연합뉴스

A씨는 11월 6일 매장을 방문했고, B씨는 자기 매장을 직접 소개하면서 롤렉스 시계 구입 경로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고 한다.

A씨의 요구에 B씨는 ‘인수 확인증’도 써줬다.

A씨는 아내 시계값, 1200여만 원을 송금했다. 시계 2개 값으로 모두 2400여만 원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B씨는 시계 수령일을 11월 15일로 하루 늦추더니 당일 전화도, 문자메시지도 받지 않은 채 종적을 감췄다.

B씨가 근무하는 매장에 전화해 보니 ‘6일째 무단결근’이라고 했다.

A씨와 시계와 관련한 연락은 주고받으면서 매장에는 출근하지 않은 셈이다.

A씨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롤렉스 관련사 직원이라고 해서 믿고 대금을 이체했는데 어떻게 잠적을 할 수 있느냐”며 “큰돈을 보내고 한 달 넘게 애타게 기다렸는데…”라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B씨는 내 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돈도 챙겨 달아난 걸로 알고 있다”며 “B씨의 가족과는 연락이 닿았으나 여전히 B씨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B씨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다.

이에 B씨가 근무했던 매장의 대표는 “이런 일이 생겨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B씨 개인의 일이기는 하지만, 회사도 이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B씨 가족이 피해금을 변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회사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숨지 않고 책임감 있게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사기 혐의로 B씨를 전주덕진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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