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행정망 마비 사태가 정부의 재난문자 발송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단 한 통의 재난문자도 발송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 시민들이 주민센터에 헛걸음하는 등 불편이 이어졌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하루 만에 시스템을 복구했음에도 정부가 강한 질책을 날린 것과 비교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망 마비, 재난문자 발송 대상이었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무인 발급 창구가 국가정보자원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17일 발생한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전산망 장애는 ‘사회 재난’에 해당해 재난문자 발송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이번에 먹통이 된 ‘새올’을 비롯한 정부의 행정전산망을 관리하는 행안부 산하기관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사회 재난을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등으로 인한 피해”로 정의하고 있다.

행정망 마비, 재난문자 발송 대상이었다
사진 설명

국가핵심기반이란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 수송, 보건 의료 등 국가 경제, 국민의 안전·건강 및 정부의 핵심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 정보기술 시스템 및 자산 등을 의미한다. 행안부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11개 주관 기관, 143개 관리 기관, 360개 지정 시설을 국가핵심기반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소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전산망은 2007년 9월 17일 행안부 사회재난실이 지정한 국가핵심기반에 해당한다. 즉 국가핵심기반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행정전산망이 마비됐으니 행안부는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행안부 예규에 따른 재난문자 방송 사용자인 행안부는 통상 사회 재난이 발생하면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행정 시스템이 마비된 당일에도 총 7개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행정 시스템 마비’나 ‘주민센터 민원 이용 불가’ 등의 내용이 담긴 재난문자는 없었다. 7개 재난문자 모두 대설이나 강풍·풍랑 등에 대비하라는 자연 재해 관련 내용이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지난해 10월 16일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카카오톡 서비스가 마비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행안부의 협조를 구해 국민들에게 재난문자로 장애 및 복구 상황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카카오를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정부의 질책에 당시 남궁훈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기도 했으며 소상공인을 상대로 보상책도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는 질책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를 사례로 한 각종 훈련도 진행했다. 불과 2개월 전인 9월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상황을 가정해 ‘국가정보통신망 대규모 합동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카카오를 사례로 훈련까지 진행한 정부가 사흘간 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발송했었어야 할 재난문자조차 활용하지 않자 비판이 일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일괄적으로 마비가 된 것은 아니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접속이 되는 걸로 파악됐다”며 “오후부터 접속이 완전히 막혔지만 수기로도 접수하도록 안내했기 때문에 재난문자를 보낼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행안부는 고기동 차관과 송상효 숭실대 교수를 공동팀장으로 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이번 사고에 대한 상세 원인을 분석하고 공공 부문 정보 시스템 전반을 검토해 재발 방지 종합 대책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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