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여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고금리·고물가에 2년 연속 소비를 줄이며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설 차례상 부담은 더 큰 소비 악재로 작용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자 생필품이나 소모품 등의 소비부터 줄이는 모양새다. 소비가 악화한 가운데 투자도 얼어붙으며 내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반등에 내수 회복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서울 청량리전통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청량리전통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 잡히지 않는 농수산 가격… 지갑 닫는 소비자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9641원으로 지난해 설(30만7528원)보다 0.7%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뛴 것이 차례상 비용 부담에 영향을 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8% 올라 122.71을 기록했다. 과일 물가 상승률은 28.1%로 전체 평균 상승률보다 10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사과 가격 상승률은 56.8%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소비자들은 식자재 등 생필품과 소모품 구입에 지갑을 닫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내구재 소비는 전년 대비 1.8% 줄어들면서 1998년(-8.8%)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음식료품(-2.6%)과 의약품(-1.5%)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고금리가 이어지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고, 소비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소득의 7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는 사람이 295만 명에 이른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소비가 줄면서 내수 흐름도 악화하고 있다. 내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0.3%에서 지난해 -1.4%로 고꾸라졌다. 2년 연속 소비 감소는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감소 폭은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6(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100.3) 이후 7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월∼2009년 2월 11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가장 긴 기간 이어진 하락세다.

지난 8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연합뉴스

◇ 설에 잇따라 ‘해외여행’… 내수 악화에 영향

코로나19 완화로 해외 소비가 늘어난 것도 내수 악화에 영향을 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 기간인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총 97만6922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평균 이용객은 19만5384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일평균 여객(12만7537명)보다 5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명절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가 줄어들면서 내수 둔화는 심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2월호’에서 내수에 대해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달 내수 ‘다소 둔화’보다 침체한 상황이다.

투자를 줄이는 것도 내수 악화에 기여하는 상황이다. 건설 투자는 주거용 건축을 중심으로 둔화하면서 -1.2%를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다. 설비 투자는 전달 -11.9%에서 -5.9%로 완화됐지만 큰 폭의 감소세는 여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내수 부진으로 인한 부침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에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며 소비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라며 “수출은 반등하지만,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경제 흐름이 개선되는 것을 막아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 연휴에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과거에 비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들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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