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광주는 보수 정당에겐 험지를 넘어서 ‘사지’로, 민주 계열 정당에게는 전통적 텃밭으로 불리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당시 대표의 국민의당에게 잠시 곁을 내줬을 뿐, 지역 표심은 언제나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지난 2020년 열린 21대 총선에서 광주 내 8개 지역구는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차지였다.

그런 ‘민주당 일색’ 광주에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거물급인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지적하며 “지금 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이 사라졌다”고 민주당을 탈당, 김종민·박영순·홍영표·오영환·설훈 의원 등과 함께 제3지대 정당 ‘새로운미래’에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 걸린 광산을 지역구 후보 선거벽보. [사진=유범열 기자]

당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 대표가 고심 끝에 고른 지역은 광주 광산 을로, 더불어민주당에선 현역이자 이른바 ‘찐명(찐이재명계)’으로 불리는 민형배 후보가 공천을 받아 ‘진보 대 진보’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광주교통방송 본부장 출신이자 광산을 당협위원장을 지낸 안태욱 국민의힘 후보가 이를 뒤쫒는 형국이다.

민심 “그래도 민주당”…일부 “이낙연, 무게감·진중함 갖춰”

거물급 등판으로 유의미한 3자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지만, 3일 방문한 광주 광산 을 지역구는 여전히 ‘민주당을 밀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강했다.

광산 지역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60대 남성 서 모씨는 단도직입적으로 “국민의힘이 미워 민주당을 찍는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검찰 독재 정권’이라고 지칭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몇 개월 만에 대통령이 돼 준비가 안돼서 정부 요직을 자기 검찰 선후배들로 다 채웠다”며 “이러니까 국정이 제대로 운영이 될 리가 없다”고 했다.

또 이낙연 대표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고, 제대로 비판도 하지 않는다”며 “주변 많은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이 대표를 못 찍겠다고 한다”고도 했다.

첨단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김 모씨는 한숨을 쉬며 기자에게 ‘지금 윤 대통령이 하는 것을 좀 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원래 정치에 별 관심도 없다”며 “‘광주는 이렇다’를 떠나서 높은 물가 등 서민 삶이 여간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꼭 투표해서 돌려놔야 한다”고 했다.

운남동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한 모씨는 “윤 대통령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선거철에만 호남에 와서 ‘반짝’하고, 끝나면 호남에 얼굴도 비추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낙연 대표에 대해서도 “서울에 있다가, 외국에 있다가 선거 때 되니까 호남에 온 것 아니냐”며 “선거에서 지면 다시 갈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광주 광산을 후보와 신정현 비례대표 후보가 3일 오후 광주 광산구 첨단동에서 거리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

이낙연 대표에게 표를 주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도덕성을 지적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선 무게감 있는 인물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첨단동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신 모씨는 “사법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대표에게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느끼기엔 민형배 의원 4년 간 광산 지역이 발전됐다는 게 전혀 체감이 안 된다며 “이 대표가 당선되면 국무총리 등 더 큰 행정을 담당해봤으니 분명 민 의원보단 나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첨단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신 모씨도 “처음에는 이 대표를 별로 좋지 않게 봤다”면서 “다만 지켜보니 이 대표가 민 의원보다 훨씬 무게감이 있고 진중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민 후보가 당 내에서 보여준 강경파적 면모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 의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싸우는 것 같다고 느낀다”며 자신은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지역 특성상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만 ‘건강한 견제’를 위해서 표를 주겠다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지역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60대 남성 이 모씨는 “지역구는 민주당을 뽑고, 비례대표는 국민의힘을 뽑을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보수나 진보나 사실 어디가 나은지 잘 모르겠다”면서 “다만 표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면, 탄핵과 같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도 몰아붙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어쨌든 윤 대통령 임기가 총선이 끝나고도 3년이 남았으니 좋은 일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치열한 막판 유세전…’정권심판 vs 민주세력 재건 vs 정치혁신

세 후보는 저마다의 강점과 지역 발전 공약을 내걸고 막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민 후보는 ‘윤석열 정부 조기종식’, ‘검찰개혁 완수’ 등 ‘윤 정권 저격수’다운 공약과 함께 광주전남 에너지 메가시티 추진, 첨단지구 교통망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날 저녁 수완동에서 퇴근길 집중유세를 펼친 민 후보는 <아이뉴스24>와 만나 첨단지구를 콕 찝어 “지구 성장 속도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며 “재선을 하게 되면 주당 평균 30만에 달하는 유동인구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민 후보는 또 “거리를 돌아보면 ‘이 정권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다’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받아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민주세력 재건’을 강조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집적단지 2단계 사업의 원활한 추진, AI영재고와 공립국제고 설립, 군공항 이전을 지역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첨단동 도보 집중유세를 가지기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광산을 지역이 평균 나이가 39.5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층이 많은 지역구라 경제, 교육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앞으로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저공비행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지율에 대해서도 “민심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조작하거나 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남은 기간 하루하루 지역민들에게 열심히 다가가는 것밖엔 방도가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60% 반납 등 정치혁신 공약과 함께 ‘AI중심첨단 투자선도지구 선정’, ‘하남산단 기회발전특구 지정’, ‘어등 문화관광특구 조성’을 지역 발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날 하남동과 수완동 등지를 돌며 거리 유세를 펼쳤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정치지형상 (선거전을 펼치기가) 다소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는 사진 요청도 먼저 해주시고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남은 기간 열정을 다해 시민들 한 분씩 찾아뵐 것”이라고 했다.

3일 오후 광주 광산구 수완동 거리에 안태욱 국민의힘 후보 선거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유범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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