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시내 모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가 연구동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시내 모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가 연구동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두 달 넘게 메워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예고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만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23일 의료계 입장 등을 종합하면 오는 25일은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등에 반대하며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는 날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각 대학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의 사직서를 취합했다.

의정 갈등 속에서 두 달 넘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도맡고 있던 의대 교수들 사이에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이후에도 전공의 대신 병원을 지켜왔으나, 최근 담당 환자들에게 전원을 안내하거나 예약된 진료 및 수술 일정이 마무리되면 진료를 마무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지난달 28일부터 환자들에게 “사직 희망일이 8월 31일로, 믿을 수 있는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들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바란다”는 안내문을 고지하고 있다.

해당 안내문에는 전원이 가능한 서울 강북(3곳)과 강남(3곳), 경기(7곳), 지역병원(9곳) 등 병원이 소개됐다. 이들 교수는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며 “소변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 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고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를 결정한 가운데 같은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고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를 결정한 가운데 같은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하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및 감소 추이,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 의료 서비스 이용률과 목표량 등 수요 조사와 함께 의사 유입 및 유출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온라인 총회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변함이 없다”며 “적절한 정부 조치가 없을 경우 예정대로 오는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다음날 브리핑을 통해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은 이르면 이달 25일 사직서가 수리될 것이고,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그날 사직하겠다는 교수들도 많다”면서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원점 재논의라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까지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수리가 예정된 사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지난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형식적 요건과 사전 절차가 있어야 사직이 수리되는데,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사직서 제출 여부, 제출 날짜, 계약 형태도 상이하고, 일률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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